정순신 아들 학폭 판결문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검사 출신 정순신(57) 신임 본부장의 아들 정모군의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가 화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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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정군이 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7년에 주로 발생했다. 학폭이 인정돼 강제전학 등의 징계를 받은 정군은 학폭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학교폭력 담당교사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주변 증언에 따르면 (정군이)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피해학생 A군에게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함”이라고 기록돼 있다. 정군은 특히 학폭위 조사 과정에서 반성 없는 태도와 성의 없는 사과문 작성으로 학폭위원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군과 피해학생 A군은 원래 한 무리의 멤버였으나, 입학 3개월째인 2017년 5월부터 정군은 A군을 향해 “돼지새끼” 등의 폭언을 시작했다. “더러우니까 꺼져라”는 발언은 A군이 점심시간에 같은 무리 멤버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앉으려고 할 때 나온 발언이었다. 그리고 1학년 2학기때부터는 폭언이 더욱 심해졌다. 다른 무리들과 기숙사 방을 따로 쓰게 된 A군이 방에 놀러 올 때마다 짜증을 내며 폭언을 한 것이다. 폭언과 함께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도 계속했다.
친구들이 “왜 A군을 막 대하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군은 “쟤는 그래로 된다”, “나랑 너무 잘 안 맞는다”며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그 이후에도 폭언은 계속됐다. 2학년으로 올라간 후에도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돼지는 가만히 있어”, “동아리 나가라” 등의 발언을 했다. 정군의 이 같은 A군에 대한 폭언에 동조해 또 다른 가해자도 나왔다.
A군은 정군의 괴롭힘으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A군은 정군 등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패닉에 빠졌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불안·우울을 겪었다고 학폭 보고서는 언급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세로 정신과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은 물론, 상위 30% 수준이었던 A군의 내신 성적은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하락했다. 결국 피해학생은 1학년 겨울방학 후 학교에서 생활하던 중 더 이상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일시 귀가조치되기도 했다.
정군의 학교폭력 행각은 2018년 3월 7일 피해 학생이 뒤늦게 학교 당국에 신고를 하며 뒤늦게 알려졌다. 학교가 신고 내용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학생인 B군이 “정군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추가 신고를 했다. 정군은 학교 조사에서 “A군에게 ‘돼지’, ‘빨갱이’라고 부른 것은 맞지만 장난이었다. A군도 저한테 ‘적폐’라고 했다”는 취지로 말해, 학폭을 강하게 부인했다.
학교폭력 담당교사는 정군에 대해 ‘A군과 B군에 대한 학교폭력 행위’를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친구들이 정군의 학교폭력을 진술했다. 한 친구는 “정군이 의도적으로 A군 말을 잘랐고, ‘돼지는 조용히 있으라’는 말을 했다”며 “친한 친구끼리라면 장난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둘은 전부터 학폭 피해자와 가해졌다. A군이 상당히 치욕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군의 평소 부적절한 평소 언행을 지적하는 친구들의 증언도 있었다. 정군이 평소 아버지 자랑을 하며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었다.
피해학생 A군과 그의 부모는 같은 달 22일 고등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고통을 호소했다. A군은 정군의 주장을 일축하며 ‘넌 사료나 쳐먹어야 한다’, ‘좌파 뺄갱이’, ‘왜 인간이 밥 먹는 곳에 오냐? 구제역 걸리기 전에 껴져라’ 등의 말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죽을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냥 내가 참고 전학 갈까 생각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설득해서 신고하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정군 측은 학폭위 조사에서도 변명으로 일관했다. 정군은 “싫다고 하는데 자주 찾아오는 친구를 보듬어주지 못한 부분은 실망스럽고 잘못했다”, “A군이 그냥 웃고 넘겨서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정군 부모도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군 측의 태도에 한 학폭위원은 “이 자리는 가해학생이 깊이 반성하고 진실을 모두 말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너무 유감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폭위는 같은 날 “정군이 A군과 B군에게 비하하는 발언, 무시하는 발언,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 등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해 학교 측에 정군에 대해 △강제전학 △서면사과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학부모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조치를 요청했다. 학교는 하루 뒤 학폭위 조치사항을 정군에게 통보했다.
정군의 모친은 즉각 ‘전학조치’에 불복해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고,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는 같은 해 5월 3일 “전학조치를 취소한다”는 재심결정을 했다. 이에 학폭위가 5월 28일 다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학폭위 간사인 한 교사는 “정군이 서면사과문을 써왔는데, A4 용지 3분의 1 정도, 제대로 된 서식 없이 써왔다. 분량이 부족해 다시 쓰게 했다”고 밝혔다.
한 학폭위원도 “제출한 서면사과 양이나 질에 있어 부족해서 다시 작성하라고 했다”며 “서면사과의 양이, 그리고 필체나 이런 것이 정성이 전혀 안 들어가 있는 듯하다”며 “받는 사람이 충분히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폭위에 다시 출석한 피해학생 A군은 정군에 대해 “그렇게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애는 처음 봤다. 저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물론, 자기가 변호사 선임해서 무죄 판결 받았다고 떠들고 다닌다”며 “정말 악마인 것 같다. 얼굴만 봐도 트라우마가 있다”고 호소했다.
학폭위는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 재심결정에 취지에 따라 전학조치를 제외하고 △서면사과 △피해학생 등 보복행위 금지 △출석정지 7일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등의 조치를 학교 측에 요구했고, 학교는 5월 29일 정군에게 이를 통보했다.
피해학생 A군 측이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해 강원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이하 강원도학폭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강원도학폭위는 같은 해 6월 29일 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도 정군의 태도를 문제 삼는 지적이 나왔다. 강원도학폭위 위원들은 “(정군에게) A군에 대한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도 A군을 무시하는 태도가 있었다”, “제출한 의견서를 읽어봤는데 아마도 잘못했다고 안 하시는 것 같다. 반성한다는 것은 의례적이고 다 이유가 있어 그렇게 됐다고 읽힌다.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은 정말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군 부모에게 말하기도 했다.
학교 측을 대표해 회의에 출석한 한 교사도 “저희는 정군이 반성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 학교로 (봉사활동 관련) 가처분 신청이 들어온 상태”라며 “(정군 진술서에도) A군 같은 경우에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봐서, 저는 굉장히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정군 부모의 태도에 대해서도 “정군 부모님께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되게 두려워하셔서 진술서도 부모님이 전부 코치해서 썼다. 저희가 조금이라도 선도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책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선 많이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강원도학폭위는 당일 회의 끝에 정군에 대해 ‘전학처분’을 추가하는 재심결정을 했다. 위원들은 “정군의 교화 가능성이 의문이고, 친구들 얘기를 보면 가치관이 좀 왜곡돼 있지 않나 싶다”, “반성의 정도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A군 보호와 정군 선도를 위해 분리가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군과 정군 모친은 같은 해 7월 11일 춘천지법에 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과 함께 “징계처분의 효력을 판결 선고 시까지 정지해 달라”는 내용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정군 측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전학조치’였다. 정군 측은 “자사고 특수성상 전학 조치가 실질적 퇴학조치에 해당한다”고 “전학조치는 지나치게 가혹해 위법하다”며 효력정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사건을 심리한 춘천지법 행정1부는 같은 해 9월 3일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어진 본안 소송에서도 정군 측은 전학처분 취소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주장을 폈다. 정군 측은 “정군은 A군과 원래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평소 출신 지역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친구들끼리 자연스레 별명을 불렀다”며 “A군이 정군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이의나 불만을 제기하지 않은 채 웃어넘겨 그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징계사유가 된 정군 발언들은 당시 상황이나 대화 상대방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피해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폈다. 정군 측은 “A군이 주장하는 언어폭력 정도로 고등학교 남학생이 일반적으로 A군과 같은 피해를 입는다고 보기 어렵고, 본인 기질이나 학업 관련 스트레스가 A군의 상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며 “언어폭력과 A군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A군이 진술이 일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돼 있고, 조사결과에 주변 친구들의 진술이 객관적으로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폭이 있었다는)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조사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징계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했다. 정군 측은 “학교는 가해학생에 대한 최대한의 선도와 교육을 한 후에도 선도가능성이 없을 경우에 한해 전학 및 퇴학조치를 해야 한다”며 “정군의 선도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전의 기회를 주지 않고 징계 처분을 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사건을 심리한 춘천지법 행정1부는 2018년 9월 정군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군이 2017년 5월부터 2018년 1학기 초경까지 A군에게 지속적으로 비하·무시하는 발언,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 등을 함으로써 언어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군의 행위는 A군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잔혹한 행위로서, 학교폭력의 정도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상당기간 A군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기숙학교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는 조치가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결론 냈다.
정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한편, 전학조치 등에 대한 효력을 본안 판결 전까지 중단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2심 재판부에 다시 냈다.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춘천행정1부 역시 2018년 10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2019년 1월 본안소송 판결에서도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결론 냈다. 정군 측은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같은 해 4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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